[영어 마인드셋] ‘확률이 높다’는 말 영어로 어떻게 하지?

영작할 때 단어 그 자체보다는 예시 문장을 참고하면 훨씬 더 도움이 된다. 오늘처럼 ‘확률이 높다’는 말을 쓰려면, ‘확률’을 먼저 사전에서 검색해 보고(the odds of, the probabillity 같은 게 주로 나온다) ‘높다’는 그냥 high라고 쓰면 되려나? 아니면 huge나 massive 같은 걸 섞어 써 볼까? 이런 방식으로 문장을 만들면 결과적으로 The odds of it are high? 또는 The probabillity is huge/massive. 같은 영작문이 탄생한다.

위와 같은 방식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수고는 수고대로 하고, 문장은 때로 운에 따라서 구글 번역기 문장보다 훨씬 더 딱딱하고 어색하게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근원적인 이유는 바로 collocation에 있다. 이 단어를 사전에 검색하면 ‘연어’라고 나오는데, 그냥 한국어 단어 대신 이 개념 자체를 알아두면 좋다(이 용어는 잘 안 써서 그런가 나도 맨날 까먹는다).

collocation이라는 게 처음 들으면 어렵지만, 모든 언어의 기본적인 속성이라서 예시로 배우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밥을 먹다’ 같은 표현이 있으면 이걸 영어권에서는 주로 ‘have breakfast/lunch/dinner’ 등으로 쓴다. 그러니까 한국어 화자가 한국어식 사고로 “Did you eat rice?(밥 먹었어?)”라고 묻는다면 영어 화자는 좀 어리둥절할 것이다. 일단 주식이 쌀(rice)이 아니기 때문에 문화적으로도 소통이 버벅거린다. 대신 “Did you eat something?(너 뭐 좀 먹었어?)” 같은 말로 대체해서 쓰는 건 괜찮아 보인다. 그리고 반대로, 영어 화자가 한국어 화자에게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물으면서 Let’s grab a bite(우리 뭐 먹으러 같이 가자)!를 단어 그대로 해석해서 “우리 한 입 잡으러 가자!”고 한다면 한국어 화자가 알아듣기에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아니면 더 간단하게, Let’s have lunch together(점심 같이 먹자)!를 “점심 식사 같이 갖자!”고 해도 이해는 하지만 좀 한국어 문장에서는 좀 어색한 표현이 된다.

여기에서 연어의 개념이 설명된다. 우리는 밥이나 식사 등에 주로 ‘먹는다’는 동사를 쓴다. 그런가 하면 영어에서는 have를 주로 쓰고, 식사(a meal)라는 말보단 타이밍에 따라서 아침, 점심, 저녁 식사 같은 표현을 더 자주 쓴다. 이런 식으로 자주 쓰는 문장을 통째로 외우는 게 오히려 단어를 일일이 찾아가며 만드는 문장보다 더 자연스럽다. 그리고 이 과정을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영어식 사고에 익숙해져서 단어를 각각 따로 가져오더라도 그걸 활용해 만드는 문장은 좀 더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 요즘 나는 언어가 그림 맞추기라는 생각을 좀 해 본다. 단어 자체에 절대적인 뜻이 담겨 있기보다는, 예시로 삼을 만한 장면이나 상황을 통해 여기서는 이걸 쓰는구나, 하고 적절한 표현을 맞추기하는 게 일상 회화의 전부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확률이 높다”는 말을 영어로 어떻게 쓰면 좋냐고? 일상적인 맥락에서 쓰는 문장이라면, ”It’s more likely to have some lunch there(거기서 점심 먹을 확률이 높아).” 이런 식으로 쓰면 된다. 이건 사전에서 “확률”로 검색하면 안 나오지만, “확률이 높다”로 검색해서 예시 문장을 살펴보면 나오는 표현이다. 검색해 보고 예시 문장을 훑으면서, 그다음부턴 내 감에 의존해서 눈에 좀 더 익은 표현을 찾아 갖다 쓰는 것이다. 그럼 이 감은 어떻게 쌓느냐고? 영어로 된 영화나 드라마, 유튜브 영상 등 영어 오디오를 꾸준히 접하면서 열심히 노출시키면 된다. 그러면 처음에는 안 될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어느 새 감이 쌓여 있다. 내가 좋아하는 영어 연어 조합 하나를 소개하면서 마무리해보겠다. “We never know what future holds(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한다).” future(미래)와 주로 함께 쓰는 동사가 hold(품다 외 매우 다양한 뜻으로 쓰임)인 게 왠지 좋아서 금방 외웠다.

이 말과 비슷한 뜻인데, “We never know what’s around corner.”라는 말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배우 안톤 옐친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2016년 여름, 함께 영화 〈스타트렉〉 시리즈를 작업한 배우 존 조가 남긴 추모 메시지로 처음 배운 문장이다. 우리의 삶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