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마인드셋] 영어로 ‘가짜’ 뭐라고 할까?

“한국어는 끝까지 들어 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실은 한국어건 외국어건 말이란 게 다 그런 것 같다. 애초에 말이라는 개념 자체가 돈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로 오롯이 존재한다기보다는 사람간의 맥락 의존적 약속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명한 영어 격언(?), “Fake it until make it 실제로 해낼 때까지 그런 척하라).”은 양극단의 의미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지만, 나는 이걸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이다.

영어에서 “make it”은 여러 가지 뜻을 담고 있다. 가볍게는 약속 등 어떤 일정의 시간에 맞추어 도착한다는 뜻도 있고, 어떤 자리에 참석한다는 뜻도 있고, 해낸다는 뜻도 있다. 참고로, To make it to the supreme court는 미 연방 대법원에 입성한다는 뜻이다. 뮤지컬 드라마 〈크레이지 엑스 걸프렌드〉의 유명 넘버 ‘Don’t be a lawyer(변호사는 되지 마세요).’에 등장하는 가사다.

https://youtu.be/Xs-UEqJ85KE

반대로 fake는 ‘가짜’라는 뜻인데, pretend to(~한 척하다)와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가짜고, 어디까지가 진짜인 걸까? 나는 그 기준이 사람마다 다를 여지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가짜’여도 괜찮다는 쪽에 손을 들어 주고 싶다. 특히 영어 학습에 관해서라면.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영어 실력이 늘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나의 가장 큰 관심사인데, 내 경험상 여기에 ‘척하는 것’만큼 좋은 게 또 없다. 일단 분위기에 취하는 거로 시작해도 괜찮다. 내가 혹여 영어를 쥐뿔도 몰라도, 분위기에 취할 줄 안다면 언제든 영어를 계속해서 배우고 익힐 원동력을 내 안에서 만들어 낼 수 있다.

참 신기한 게, 나도 이런 경험이 있다. 나는 정규과정으로 초등학교 3학년 땐가부터 영어를 배웠는데, 그전에 동생이 유치원에서 나보다 먼저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때 어떤 기분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뭔가 나도 배워 보고 싶어서 동생의 유치원 교재로 알파벳의 정확한 표기도 전혀 모르면서 영어 공책(어디서 났는지도 잘 모르겠는 물건)에 혼자 내 멋에 취해서 영어 알파벳 쓰는 연습을 제멋대로 했던 게 떠오른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영어 학습 성취가 제법 쌓였고, 심지어 영어로 돈을 벌고 있는데(영한 번역) 가끔은 영상 자막 번역을 바쁘게 막 하다가 문득 내 영혼이 스르륵 빠져나와 갑자기 내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와, 내가 이걸 지금 다 알아듣다니 너무 신기하다….” 하는 생각을 해 볼 때가 있다.

가짜라고 무조건 나쁜 게 아니다. 멋진 껍데기를 만들고 그 안을 내 나름대로 채워가는 경험을 꾸준히 해 보면, 결국 껍데기도 완전히 가짜는 아니며, 알맹이도 딱히 전부 진짜로만 채워져 있지는 않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그 껍데기와 알맹이는 전부 여러분이 만든 여러분 자신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