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마인드셋]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영어로 뭐라고 할까?

성인이 되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작고 귀여운 경제력이 생긴 후부터는 별로 도움 받을 일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잘 곳이 있고 밥도 안 굶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고 기타 등등, 딱히 아쉬울 게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갑자기 영국에 가서 살게 되니 가장 어려운 게 이거였다. 영어가 서툴다 보니 말도 제대로 못 하고, 돈도 쪼들리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다니고 기타 등등, 세상에 온통 타인에게 손을 벌리고 도움 받을 일 투성이었다. 그때서야 알았다. 나는 이 나이 먹도록 남에게 도움을 구하는 법도, 반대로 손을 내미는 법도 제대로 배우지 못 했구나.

영어로 돕는다, 도움을 뜻하는 help라는 단어가 내게 좀 더 각별해진 것도 그 즈음부터였던 것 같다. “돕는다”는 말이 내게는, 인간 사회가 기본적으로 나 혼자 힘으로 굴러갈 수 없음을 나타내는 증거 같은 단어로 느껴진다. 드라마 〈크레이지 엑스 걸프렌드〉 시즌3에선가 레베카가 비행기 안에서 정신이 가물가물한 가운데(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라서 생략) 레베카의 시선이 천장의 HELP 버튼을 향하면서 HOPE(희망)로 바뀌는 연출은 몇 년이 지난 지금 봐도 마음이 찡해진다.

도움을 구하는 말도, 도움을 주려는 말도, 사실 별로 복잡하지 않다. 문장 구조에 딱딱 맞춰 길게 쓰자면 “Can I help you?” 같은 말을 써도 괜찮고(이건 사실 회사나 가게 등에서 업무적으로 말투이긴 하지만), 좀 가볍게 “내가 좀 도와줄까?” 묻고 싶을 때는 “Can I give you a hand?”라든가, 짧게 “(Do you need) Any help?” 혹은 돕고 싶다는 몸짓이나 표정 정도만 보여도 의도가 상대에게 쉽게 전해진다. 돕는다는 측면에서 “제가 대신 해 드릴까요?”라고 말하고 싶다면, “Can I do this for you?” 정도로 말하면 된다(이건 검색어 유입에 들어와 있길래 덧붙인다).

반대로 도와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면 주어, 목적어를 바꿔서 “Can you help me?” 혹은 표정과 몸짓을 더해 “Can/Could you…?” 정도로 써도 괜찮다.

영어의 help는 참 신기하다. 단순히 도와달라는 말이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목숨이 걸린 위중한 상황에서도 쓸 수 있으니까.

조난 혹은 범죄에 연루된 상황에서 주변에 도움을 구할 때는 help me!라고 하는데, 이건 “살려달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