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마인드셋] 영어 읽기 편하게 하는 마법의 주문

급한 자막 작업 마감을 또 하나 끝내고, 갑자기 떠올라서 짧은 글을 써 본다.

영어 읽기는 솔직히 좀 까다롭다. 그런데 같은 상태라도 그걸 “나는 영어를 못해서 어려워ㅜㅜ”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냥 “그래, 영어 어렵지…(갑자기 오은영 박사님 말투가 되어버림). 그래도 오늘 조금 연습하면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이런 조금은 교과서적인 마음으로 접근하면 훨씬 더 편안해지고, 능률도 오히려 더 오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영어 읽기가 편안해질까?

하나는, 읽는 과정에는 원래 연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마음이 나아진다. 지금 당장 한국어, 혹은 내게 가장 편안한 언어로 쓰인 글을 아무거나 몇 줄 읽어 보자. 어떤 기분이 드는가? 나는 내가 한국어 소리 내서 읽기를 정말 엉망으로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부터 가끔 재미로 한국어 읽는 연습도 한다. 내가 오디오북을 들려 주는 성우 연기자가 된 기분으로 하면 의외로 재밌다.

둘째, 영어 표기는 원래 소리와 동일하지 않다. 이를테면 “비타민”이라고 쓰인 한글을 우리는 모두 어찌됐든 [비타민]이라고 읽는다. 하지만 “vitamin”이라는 똑같은 표기를 두고도 영어인들은 누구는 [vítəmin—대충 ‘비터민’에 가까운 발음]이라고 읽고 누구는 [váitəmin—대충 ‘바이러민’에 가까운 발음]이라고 읽는다. 딱 한 가지 발음이 정답처럼 정해져 있는 언어가 아니라, 그냥 보편적으로 많이 읽는 발음 방식을 익힌다고 생각하면 좀 더 마음이 편해지지 않는가? 나는 이 사실을 인지하면서 마음이 한층 편안해졌다. 이제 살짝이나마 편안해진 마음으로 아무 영어나 한번 읽어 보자. 어색한 기분을 하루이틀 견디면서 영어로 말하는 내 목소리와도 조금 더 친숙해지고 나면 어느 새 내 영어 읽기도 한층 향상된다. 진짜로.

이게 어느 정도 됐으면, 책 모임이나 아무 영어 모임에 들어가거나 내가 직접 모임을 만들어서 남 앞에서 영어 읽는 시도를 해 보는 것도 매우 추천한다. 초기에는 내 영어가 신경 쓰여서 견딜 수 없이 괴로울지도 모르지만, 그 시기를 지나 어느 정도 뻔뻔해지면 놀랍게도 내 영어 읽기 실력도 한뼘 성장한다. 진짜로22.

나는 2020년 여름부터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영어 말하기를 녹음해 인증하는 모임도 거의 2년째 하고 있고, 영어책 읽고 이야기하는 모임도 마침 이따 저녁 때 참여할 예정인데 작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아직도 78쪽짜리 《The green knight》를 읽고 있다. 얇은 책이라서 돌아가면서 한 문단씩 일일이 읽고 해석하는 방식으로 처음 해 봤는데 이것도 제법 재미있다. 잘 할 필요 없고, 모임원끼리 모르는 건 그냥 모르겠다고 말하면 그중에 꼭 누구 하나 아는 사람이 짠 나타나서 “이건 이런 뜻 아닐까요?” 설명해 주고 또 같이 이야기도 나눠 보는 시간이다.

영어 읽기의 핵심, 솔직히 영어 그 자체의 핵심이 나는 뻔뻔함 아닐까 한다. 심지어 머릿속에 풍성한 영어 세계가 이미 구축돼 있어도 떨려서 그걸 외부에 표현하지 못한다면 그 세계는 수고롭게도 오로지 내 손으로만 일궈야 한다. 그러는 대신 좀 허접하더라도(=내 영어를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한국어 단어 10선에 드는 말이다) 여럿이 나누면 영어 실력 향상은 차치하고라도 우선 무척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다들 뻔뻔하게, 또 FUN FUN하게 읽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