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마인드셋] 사는 곳이 달라지면 나도 달라질까? (feat. 워홀, 유학의 함정)

요즘 새삼 곱씹어 보는 생각이 있다. 인간의 편견은 별거 아니지만 강하다. 그래서 내가 편견에 가려 보지 못하고 있는 것에는 뭐가 있을까 자주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유구한 역사를 가진 질문, “외국어를 잘하려면 꼭 해당 국가에 가서 살아야 하나요?” 몇 년 전 워홀을 시도해 영국으로 출국할 때만 해도 나도 이 물음의 답이 “그렇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그때까지 영어 말하기에서 딱히 성공의 경험이 없기 때문이었다.

지금 내 답은 이렇게 바뀌었다. “네니오.”

워홀 체류 당시에 나는 한국인 친구와 함께 살았는데 그 친구는 석사 유학 중이었고 나는 워홀 중이었으니 이 정도면 제목의 질문에 그럭저럭한 답을 내려 줄 좋은 표본 집단인 것 같다. 우리는 둘 다 이론적인 영어 시험은 그리 나쁘지 않았는데(차라리 아예 형편없는 상태로 왔다면 맨땅에 머리 박는 심정으로 더 절박하게 그 생활에 적응하려 애썼을 것 같기도 하다), 말할 때는 썩 그리 유창하다고는 하기 어려웠다. 필요할 때 쓰기는 하지만 영어로 적극적으로 수다를 떤다든지, 사람을 사귄다든지 뭐 이런 걸 어려워했던 기억이다. 그래서 우리는 강아지 둘 인간 둘, 이렇게 넷이서 맨날 행복하게 산책 다니면서 놀다가 한국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 2년 이내로 영국으로 가서 좀 더 어른답게(?) 살아 보기를 목표로 삼은 지금(워홀 때 내가 못한 걸 다시 도전해 볼 생각이다), 내가 생각하는 영어 실력과 해외 체류의 상관 관계는 이렇다.

영어 실력을 완성하는 것은 혼자서 가능하다.
(우리에게는 인터넷이 있으니까)

아니, 외국에 나가서 오히려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거기서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다면 그냥 이대로 나가서 배워도 괜찮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결국 거기까지 가서 돈 주고 학원에 가거나 나처럼 집에 처박혀 있게 될지도 모른다. 나처럼 낯선 사람 만나서 이야기하는 데 피곤함을 느끼는 성향이라면 어느 정도 영어를 완성하고 가기를 추천한다. 숨막히는 언어 교환 모임보다 집에서 혼자 질문하고 답하는 혼잣말이 더 실력을 키워 줄 때도 있으니까(내 경우는 백퍼Hundo P.) 이렇게 어느 정도 영어를 편하게 쓸 수 있게 됐다면, 이젠 해외 체류로 내 영어를 아름답게 꽃피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 영어가 진짜 좋은 게, 돈이 없으면 어느 정도는 영어로 돈을 버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나처럼 번역 일을 해도 좋고 아니면 캠블리 같은 화상 영어 어플에 선생님으로 지원하거나 아님 유튜브 영어 채널이라도 운영해 보거나, 유료 영어 스터디를 열거나, 여러분이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있는 게 뭐든 일단 해서 돈을 모아서 궁금한 나라로 가 보자. 책이나 영상이나 아무튼 매체로만 접한 세계를 직접 실물로 구경하는 재미가 또 대단하거든.

사실 한국에서도 요즘은 워낙 외국인 체류자들이 많아서 출신 나라가 어디든 영어로 소통하는 시도는 전보다 덜 힘들게 해 볼 수 있다(나도 이건 몇 번 안 해 봐서 솔직히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일단 나가면, 큰 품을 들이지 않아도 편하게 영어로 대화할 사람을 구할 수 있다. 하다 못해 물건 사러 가서 직원이랑 얘기할 수도 있고, 밋업 같은 앱으로 모임에 참여할 수도 있고, 다양한 기회가 있으니까 거기서 내가 한국에서 기본기를 잘 완성한 영어를 좀 더 멋지고 아름답게 숙성(?)시키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추천한다. 언젠가 내가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나면 후기를 또 남겨 보겠다.

나는 사람들이 여건이 된다면 자기가 나고 자란 문화권 밖으로 나가는 경험을 꼭 한 번씩은 해 봤으면 좋겠다(나중에 부자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이 여건을 마련해 주는 역할을 꼭 하고 싶다).

머릿속으로 정리할 수 없게 다양하고 잡다한 인간 삶의 형태를 구경하고 있으면 그냥 내가 삶에서 정한 이러저러한 규칙과 굴레가 다 별거 아닌 것으로 느껴져서 사람이 좀 더 자유로워진다.

그렇게 자유로워진 시선으로 또 사람들을 구경하면, 문화권이 달라도 어떤 지점에서 “인간”이라는 종족 특성을 공유해서인지 우리는 참 닮았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고, 아무튼 이러저러하게 잡다한 통달이 가능해진다.

그렇게 얻게 된 각자의 자유로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세계 평화를 이룩하길… 이게 요즘 내 유일한 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