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마인드셋] 영어 원서/영어책 읽히는 방법

어제는 작업해서 넘겨야 할 다큐도 한 편 있었고, 내 사랑하는 강쥐랑 노는 시간도 확보해야 해서 일과를 얼추 마무리하고 자려고 누워서 이 글을 쓰기 시작해서 아침에 마저 이어 본다. 덕분에 또 새로운 유입 검색어를 참고했다.

타인에게, 대개 내 아이에게 혹은 내 학생에게 영어책을 읽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생각하는 나름의 방법을 제시하기 전에 먼저 밝혀둘 게 있다. 나는 어릴 적 강제로 시켜서 하는 일을 세상에서 가장 싫어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내가 하려고 하던 것도 엄마가 “그거 해”라고 하면 괜히 반항심이 들어 하기 싫어질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대학 이전까지는 학과 성적이 딱히 좋지 않다(대학 때부터는 좋아하는 과목을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법을 제법 터득함).

영어는 20대 후반에 영화 보다가 좋아져서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심지어 말하기를 제대로 해 보자고 다짐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영국에서의 체류 생활을 반쯤은 “망했다”고 느끼며 집으로 돌아왔을 때부터였다.

내가 영어를 꾸준히 배우는 건 다른 이유가 없다. 그냥 영어가 좋아졌고 잘하고 싶어졌고 여전히 내 관심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야 해서” 하는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설명할 재주는 없다. 게다가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반감부터 들고 보는 성격이라, 이번 포스트는 기본적으로는 나 스스로 내게 영어책을 읽히는 법으로 접근해 보겠다. 필요하다면 이 방법을 타인에게 적용해 봐도 괜찮겠지.

1. 관심 분야 찾기
학습자가 뭘 좋아하는지 세심하게 파악하고 관련 분야 책을 기분 내며 읽을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핵심은 억지로가 아니라 읽고 싶은 마음 정도는 느끼게 해 줘야 한다. 이건 상대와 대화를 하면서 감으로 파악하는 거라서 내가 할 수는 있는데 설명을 어떻게 할지 잘 모르겠다. 책 내용이 궁금해 미치는 수준까지 갈 필요는 없다. 그냥 예를 들자면 학습자가 공룡을 좋아한다면 잘 나온 영어로 된 공룡책을 선물한다. 그 내용이 복잡하고 당장 읽을 수 없는 수준이라도 괜찮다. 핵심은 “마음껏 분위기 잡으며 그 책을 가까이하고 강렬하게 읽고 싶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관심 수준이 올라가면 결국 시키지 않아도 추후 언젠가 읽게 돼 있다(나는 보통 내게 이런 식으로 책을 읽힌다). 이걸 여럿이서 한다면 책을 매개로 함께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면서 아마 책 얘기를 하는 시간이 절로 긍정적인 반응 학습의 매개가 되어 관계도 좋아지고 오히려 애초에 계획한 영어책 읽히기는 부수적인 효과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책 내용에 정 붙이기
최근에 드라마 〈파친코〉의 김민하 배우가 유창한 영어로 인터뷰 질문에 답하는 영상이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그런데 다른 서면 인터뷰 내용을 보니 어릴 적부터 자신이 커서 영어 교수가 되길 바란 양육자가 보고 싶어하는 영화가 있으면 무조건 원작 소설을 영어로 다 읽어야 해당 영화를 보여 줬다는 내용이 있었다. 사실 여기에 내 얘기의 요지가 다 들어 있다. “보고 싶은 영화 = 내 관심사 & 영화를 보기 위해 원작 책을 읽어야 하는 살짝 반강제적이기는 하지만 제법 효과적인 동기부여.

굳이 영어책이 아니더라도, 나도 책 모임이나 일 등 여러 사유로 내가 고르지 않았지만 반강제로 책을 읽어야 할 일이 왕왕 생기는데, 책장이 유독 넘어가지 않을 때 필요한 것은 “노오력과 의지”가 아니라 감정적인 친밀감으로 발생하는 감화다. 앞서 말한 것처럼 허세든 진짜 책이 궁금한 마음이든 책을 감정적으로 곁에 둬야지, “이 책을 읽어야 하는데”하는 마음만 강해질수록 독서에서 멀어진다. 책 형태의 자료를 선호하는 나도 거의 평생 체득한 경험이다.

그리고 마무리로, 예전에 동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에 다른 테이블에서 학부모인 분들이 모여서 아이들의 영어 학습에 관해 나누는 이런저런 얘기가 들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결국 당사자가 빠져 있는 이런 논의는 배를 사공으로 가게 할 뿐이지 않나 싶다. 특히 영어에 관심이 딱히 없는 양육자가 접하는 무분별한 학습 정보는 오히려 아이에게 혼선을 주기가 더 쉽다. 그리고 사실 이런 정보가 대단히 유용하고 효율적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냥 좋아하는 것을 이용한 단순한 직진이 결국 가장 근원적이고 가장 빠른 길이다. 공부 과목을 고를 수 없다면 적어도 그 공부에 필요한 자료를 학습자가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 채우고 감정적으로 편안하고 즐거운 사이가 되게 하자. 이러면 정말 무섭게도(?) 이후로 더는 이 공부를 말릴 수 없다.

추천 0. 학습자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 주제의 영어책. 멀티소스로 제작된 이야기라면 더 좋은데 다양한 감각으로 이야기와 친해지며 독서할 수 있다. 책을 읽어야 한다고 무조건 책만 읽히지 말고, 관련 영화나 만화, 게임 등을 풍성하게 활용하면 이를 읽어내면서 머릿속에서 풍성한 영어 세계가 만들어진다.

추천 1. 《꼴찌마녀 밀드레드》

내가 작년에 읽은 책인데, 《해리포터》보다 더 오래된 영국 마법 판타지 소설이다. 《해리포터》는 사실 성인 독자가 읽기에도 분량도 길고 어휘도 어려운데, 이건 청소년 시기부터는 좀 밋밋하고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대신 좀 훌훌 넘어가는 맛이 있어서 독서 성취감을 쌓기에 좋다. 넷플릭스에 이 작품의 리부트 드라마가 올라와 있는데 무척 재미있어서 함께 보면서 읽으면 좋다. “꼴찌”라는 키워드를 활용한 전반적인 메시지도 제법 훌륭하다.

추천 2. 〈베스트 탐정단〉
이건 책은 아닌데, 《꼴찌마녀 밀드레드》와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 넷플릭스의 보물 같은 시리즈물로 성인도 아주 재밌게 볼 수 있는 호주 드라마다. 더빙 지원이 되니까 한국어 더빙으로도 보여 주고, 내용이 친숙해지면 영어로도 보여 주면서 공부하기에 좋다.

추천 3. 《페파 피그》
이건 연령대가 좀 더 낮긴 한데, 만화를 함께 볼 수 있어서 아예 영어를 공부가 아니라 언어로, 한국어처럼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작품이다. 그림책도 다양하게 나와 있어서 갖고 놀면서 영어를 익히기에 좋다. 나도 한동안 열심히 보면서 영어 공부를 한 적이 있는데, 하나 단점(?)이 있다면 아이들이라서 그런지 말할 때 음이 높아서 만화를 보면서 따라 말하다 보면 금세 목이 아파진다.

유튜브에 〈페파 피그〉를 종일 틀어 주는(내용이 어느 정도 반복되기는 하지만) 공식 채널이 두어 개 있으니 활용해 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