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마인드셋] 영어, 그냥 꾸준히 지속하는 힘의 비밀

오늘도 유입 키워드에서 힌트를 얻어 포스트를 작성한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하라 영어로” 뭐 이런 내용이었는데, 일단 나부터도 이 말에 정말 공감한다. 그냥 하면서부터 소소한 성공의 경험(특히 영어, 번역에서의 경험)을 쌓았고 그전까지 내가 잘하려고 애쓴 것들은 잘하려고 애쓰기만 하는 동안 전혀 늘지 않았던 탓이다.

우선은 이 “잘하고 싶은 마음”의 허상에 관해 얘기해 보고 싶다. 잘하려는 마음은 물론 중요하지만, 내 경험이 빈약하면 할수록 “잘한다”는 기준 자체의 실체가 없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내 머릿속은 온전히 내 지각과 사고가 이루는 세계이기 때문에 이 실체 없음에 지배하는 순간 아주 작은 성취도 이루기가 힘들어진다.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실체 없는 성공을 이루지 못할까 봐 무서운 감정이 내 손과 발을 묶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뭔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일수록 생각없이 머리를 비우고 그 순간에만 몰두해서 집중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영어 말하기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머릿속을 강하게 옥죄는 순간부터 실질적인 공부나 노력보다는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핑계로 이미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나 유튜브 클립이나 이런 걸 보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는(적당히 쓰면서 자극을 받는 것은 좋지만) “나는 저렇게 못되겠지… 그냥 다 때려치우자!” 하는 극단적인 생각으로 치닫게 될 수도 있다.

핵심은 남들이 뭐라고 하건, 그냥 1) 현재 내 학습 수준에 맞추면서도 2) 내가 재밌게 할 수 있는, 내 수준보다 어느 정도 높은 자료를 섞어 학습하는 것이다.

0. 이 학습의 핵심은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남이 영어를 잘하건 못하건 내 영어 실력 향상과는 하등 상관이 없다. 이걸 인지하는 게 진짜 중요하고, 나는 영어 공부에서 남(특히 영어를 이미 잘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지우고부터 실질적으로 스피킹이 늘기 시작했다.

1. 내 학습 수준에 맞춘다는 것은, 학습 자료가 100% 내가 소화하지 못할 수준으로, 언젠가 내가 되고 싶은 이상적인 단계에 맞춰지면 그냥 보여 주기식 공부가 되기 싶고, 소소한 성취의 기쁨 대신 답답함이 커져 공부를 지속하기가 어렵다.

2. 그렇다고 무조건 쉬운 것만 배우라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 어디서 어릴 때부터 만화체의 단순한 그림보다 사진처럼 복잡한 그림을 보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요즘 이 말에 정말 동감한다. 내가 이제 알파벳을 배우고 Hi, Hello를 막 시작한 학습 수준이라고 해도 특히 중고생/성인들이라면 내가 당장 영어로 수월하게 소화할 수 없는 수준이라도 “내가 재밌어서 견딜 수 있는(중요!)” 내 관심 분야에 한해 복잡한 영어 콘텐츠를 꾸준히 접하면, 길게 봤을 때는 결국 내 영어 여정에 아주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해 주고 “큰그림”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The whole picture matters(큰그림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나도 영어가 딱히 잘 안 들리고, 말도 안 나오던 시절부터 약간의 허세로 영어 팟캐스트도 꾸역꾸역 듣고 BBC 뉴스도 보곤 했는데, 이렇게 실전 콘텐츠를 꾸준히 곁에 두고 친해지면 정말 좋다(대신 억지로는 하지 말고, 그냥 나처럼 기분 내고 싶을 때 가끔 뉴스 틀어놓고 커피 한잔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이게 중요한 이유는, 영어가 결국에는 “공부하려고 배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영어를 배우는 것은 어떻게든 쓰려는 목적이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공부로 시작했어도 어느 시점부터는 각자 영어를 어떤 방식으로 쓰고 싶은지를 잘 고민하면서 실전으로 나갈 궁리를 해야 한다. 주식 투자를 잘 하고 싶다고 계속 모의 투자만 연습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주식에서 초보와 고수가 같은 판에서 어울리듯, 영어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이제 결론으로,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하라”는 말을 영어로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얘기해 보자(블로그는 무조건 두괄식이라던데 그게 참 쉽지 않다).

유명한 경구 같은 게 있나 싶어서 좀 검색해 봤는데, 딱히 유명인의 인용구 같은 것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냥 내 임의대로 영작을 해 보자면, Don’t try harder, just do it. 뭐 이 정도로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위에 왜 그냥 hard가 아니라 harder를 썼냐면 원래 열심히 하던 것보다 더 애쓰려는 상태를 묘사해 보려고 했다. hard는 뭔가 열심히 할 때 쓸 수 있는 단어다. to study hard라고 하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내 문장보다 훨씬 간결한 명문을 발견했다. 바로 이 문장이다.

우리가 부담감만 내려놓으면 우리의 영어는 훨씬 더 간결하고 더 쉽고 더 편해질 수 있다.

그리고 애초에 더 잘하는 방법 같은 것은 없다. 그냥 하는 법만이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