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마인드셋] 학원보다 가성비 좋은 독학 영어회화 (feat. 시간, 노력으로 돈 맞바꾸기)

영어 회화 일단 배우기로 했다면,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죠.

그럴 때 이것저것 찾다 보면 왠지 결국 가장 흔한 토익 수업 가서 우선(?) 토익 점수부터 올려야지!라는 생뚱맞은 결론에 이르게 되기도 하죠(제 경험). 그냥 일방적으로 수업을 듣고 혼자 공부하면서도 점수를 올릴 수 있는 토익은 기존 학교에서의 영어 수업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적응하기도 비교적 편하니까요.

하지만 영어 회화 실력과 토익 시험은 키워야 할 능력이 사뭇 다릅니다. 그래서 결론은, 결국 영어 회화를 배우고 익히려면 영어 회화를 가르치는 곳으로 가거나, 아니면 혼자라도 다른 시험이 아니라 영어 회화를 연습해야 합니다.

저는 몇 년 전쯤에 영국 문화원에서 운영하는 어학원 성인 수업을 6개월쯤 들은 일이 있었어요. 예전이라면 쭈뼛쭈뼛하며 소극적으로 겨우 출석만 채우다 흐지부지됐겠지만, 당시에는 이번에야말로(?) 나도 제대로 말해 보고 싶다!는 의지가 제법 뿜뿜하던 시기여서 울렁증을 열심히 참아가며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초반에 제가 일명 "입을 뚫는다"고 말하는 시기를 잘 통과하면 그 이후부터는 일단 영어로 말하는 것 자체에는 전보다 에너지가 덜 들어요.

하지만 진짜 학습의 시작은 그때부터입니다. 수업이 기본적으로 레벨 테스트를 보고 비슷한 레벨 즉, 학습 성취가 비슷한 수강생들끼리 모여 대화를 나누게 하기는 하지만, 보통 테스트라는 게 개인의 실력을 판별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제 경험상 이건 거의 모든 테스트에 해당되는 특성) 무작정 학원에서 시키는 수업을 수동적으로 듣다 보면 내 실력을 전략적으로 올리기가 어려워집니다. 게다가 영국 문화원 어학원은 수강료도 저렴한 수준은 아니라서 이왕이면 수강료에 준하는(?) 실력을 챙겨가야 좋겠죠?

당시 저는 Pre-Intermediate(초중급) B반이었어요. 그 위로는 Intermediate(중급) A/B반, Advanced(고급)반 정도가 있었던 기억인데, 통상 레벨별로 6개월쯤 수업을 들으면 상위 반으로 올려 주는 식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6개월 내로 한 번쯤 레벨업을 해 보고 싶어서 최소 수업 수를 빠르게 들어서 채우고 중간 레벨 테스트를 신청해서 상담을 했었죠.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저는 레벨업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상담 당시 선생님의 설명도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는 납득이 갑니다(당시에는 받아들이지 못했지만요). 하지만 어학원 분위기가 수강생의 실력을 올리기 보다는 학원을 오래 다니게 하는 시스템이라는 생각으로 점점 기울었지요. 그래서 추가 등록을 하는 대신 소규모 그룹 과외 느낌의 다른 수업으로 옮기게 됐어요.

그 해에는 이런저런 잡다하고 신기한 영어 수업을 제법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이듬해 영국 워킹홀리데이를 준비 중인 상태였고, 지금에 비하면 영어 학습, 특히 스피킹에 관한 감을 거의 못 잡고 있을 때이긴 했는데, 그래도 다양한 소비 경험을 통해서 적어도 내가 원하는 학습 스타일을 조금은 구체적으로 알아간 시기였던 것 같아요.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영어 학습 수준이 일정 궤도에 오르면 사실 어딜 가도 다 배울 것도 많고, 가져갈 것도 많아요. 하지만 이런 영어 학습에 관한 성향 또는 취향이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저처럼 소비를 통해 직접 데이터를 얻는 것도 좋은데, 당장 여기에 투자할 예산이 부족하다면 대신 시간과 노력을 더 투입하면 됩니다. 결과적으로는 돈, 시간, 노력은 서로 교환이 가능합니다. 그러니 당장 시간이 부족하면 돈을 쓰거나, 돈이 부족하면 대신 시간과 노력을 더 쓰면 비슷한 효과를 낳을 수 있어요. 이건 비단 영어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유튜브를 통해서도 직접 따라해 볼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가 많이 올라왔어요. 영어는 내 흥미와 재미가 학습 품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내가 구체적으로 원하는 학습 형태가 어떤 것인지 기준만 분명히 세워 찾아 보면 나와 잘 맞는 콘텐츠를 찾을 수 있어요. 아니면 여러 채널에서 원하는 특성을 조금씩 합쳐 나만의 커리큘럼을 만들어 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더불어 내 학습 기록을 어떤 형태로든 공개하면 이 또한 재밌는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요즘 많이들 광고하는 유료 영어 학습 콘텐츠도 사실 학원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돈을 내고 얻는 가치는 보통 돈 대신 발품을 팔고 좀 더 노력을 투입하면 비슷한 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미 학습 로드맵이 잘 개발되어 있는 유료 학습 콘텐츠를 나중에 구매하게 되더라도, 우선 일정 기간은 돈보다는 시간과 노력을 더 위주로 투자하는 학습을 먼저 해 보세요.

그 이유는 우선, 영어, 특히 영어 회화는 어떻게 배우든 나 혼자 감을 잡아가는 시간이 어느 시점에는 무조건 필요합니다. 떠먹여 줘서 얻는 성취의 한계가 명백하거든요(이게 소통하는 수단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비유를 하자면, 시드머니가 적으면 이 돈을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의 규모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죠. 그래서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초반부터 너무 많은 돈을 한 번에 투자하지 말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조언입니다. 소액으로 투자해 보면서 원금을 최대한 보전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고, 내 본업도(본업이 있다면) 충실히 발전시켜 나가다 보면, 노동 시장에서의 내 가치가 궤도에 올랐을 때(=소위 연봉이나 수입이 피크를 찍었을 때) 이를 충분히 무르익은 투자 노하우로 잘 굴려 쏠쏠한 투자 수익을 거울 수 있게 되겠죠.

내가 품을 들여 영어의 감을 잡아가는 시간은, 위 상황에서 내 연봉이 오르기 전까지 버티고 견디며 투자 공부를 해 가는 시간과 비슷할 겁니다. 이 시간을 통해 일단 기본적인 준비를 탄탄하게 해 두면 이후에는 어디에서 어떻게 배우든 모두 내 영어 실력에 보탬이 되는 시기가 찾아오거든요. 그때부터는 아예 공부라는 느낌이 들지 않고 거의 노는 기분으로 영어를 익혀나갈 수 있게 돼요. 내 실력이 늘어간다는 느낌을 나 스스로 느낄 수 있게 되거든요.

오늘부터 유튜브 앱을 켜고 한번 시도해 보세요. 언제 배워서 언제 잘하지? 이런 생각부터 하면 막막할 거예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당장 "오늘" 하는 게 우리에게는 가장 빠른 길이 되어 줄 겁니다. 달리기를 일정 시간 제대로 된 방법으로 지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몸에 힘이 거의 들지 않고 누가 나를 그냥 밀어 주는 느낌으로 즐겁게 달리게 되는 일명 "러너스하이(Runner's High)"라는 구간이 있죠? 영어 학습도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또 다른 "러너스하이(Learner's High)"를 체감하는 순간이 찾아오게 됩니다. 영어 학습을 결심한 분들이라면, 살면서 그 기분을 꼭 한번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제법 중독성 있는 기분이거든요. 기호 식품 같은 건 일상에서 균형을 잘 맞춰서 최대한 중독으로 가지 않게 애써야 하지만, 영어에 중독(?)되면 부작용은 기껏해야 지금보다 영어를 더 잘하게 되는 것뿐이죠. 이 정도면 제법 솔깃한 부작용 아닐까요?